부활절과 노인
2023. 8. 9. 10:18ㆍ스냅사진
24.04.2022
출장에 카메라를 가지고 갈 경우 줌렌즈가 최고다, 나는 보통 2개의 렌즈를 들고 다니는데 24-70, 70-200의 표준 줌렌즈를 들고다닌다.
아무래도 짐을 늘이는 것 보다는 가볍게 다니는게 최고(?)니까...
이 날은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이었다. 러시아 사람들이 부활절이 오면 진정한 봄(진짜 따뜻해진다는 말)이 온다고 하는데, 확실히 이 날은 햇살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. 시내 곳곳에는 부활절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고, 사람들의 활기가 넘쳐났다.
이 사진을 찍은 곳은 블라디보스톡 아르바트거리(중심 관광지)에서 건널목을 바로 지난 곳인데 여기를 지나가면 또 부활절을 축하하는 무대와 플리마켓들이 들어서 있었다.
즐겁게 진행 되는 행사와는 반대로 저 노인이 피곤한 몸을 누인 벤치는 가장 높은 곳에 떠있는 태양을 막아 줄 수 없었으며, 숙취로 인한 두통 때문인지 두 눈을 감고 한 손은 머리를 잡고 있다. 그래도 그의 머리 맡에는 누군가 전해준 부활절을 축하하는 빵인 쿨리치가 봉투에 담겨있었고, 마침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의 위로 비둘기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갔다.
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나도 모르게 대학생 때 러시아 문학수업에서 읽은 솔제니친의 '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'가 생각났기 때문이다.
모두가 기대하는 축제라도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, 그리고 빈곤한 상황이라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니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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